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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EUGO KIGO

이민재 개인전

〈Doppel-Lumpen〉


전시 목공d/p
2025. 12. 5. - 2025. 12. 25.
권시우: 전시 설치를 하는 와중에, 실제 퍼포먼스가 말 그대로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공간=전시장의 재료로 삼는 일에 관해서 생각했다. 물리적인 것, 그간 (퍼포먼스) 작업의 배후라고 짐작했던 ‘공간’은 사후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설치에 참여하는 모두가 협업 차원에서, 혹은 협업 이전에 ‘공간’을 온전히 숙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계속, 때로는 기약 없이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에서의 수행성이 ‘나’를 여기로 유도할 뿐이다. 시간은 지연되고, 공간은 그런 지연 속에서 서서히 재구성된다.

이민재의 작업도 그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자기 몸이 간신히 수납될 만한 공간의 면면들, 무엇보다 그 사이를 반복해서 배회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전-존재가 좌초하듯 어딘가로 숨는 것, 그럴 수밖에 없음을 묵묵히, 매순간마다의 여기서 선언하는 비관주의, 그건 ‘공간’을 활용해서만 자신을 겨우 (역설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비/존재의 아우성이다. 그로 인해 요동친다. 어쩌면 공간이. 그곳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짓고 또 세공했지만, 이제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가=퍼포머의 위협적인 실존을 향해서만 수렴되고 또 일그러진다. 작가는 그에 온몸으로 맞서는 대신, 낙오를 택한다.

계획적으로 그렇다. 일종의 반사신경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여기”를 다시 지을 수 없다. 다만 “여기”는 전시 내내 갈수록 소진되고, 이 모든 것들은 ‘공간으로서’ 철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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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시우